[人터뷰] 소리가 데이터가 되는 순간 제조혁신은 다시 시작된다

[人터뷰] 소리가 데이터가 되는 순간 제조혁신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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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9

디플리 이수지 대표

 

[사진=디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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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소음을 데이터로 전환해 불량을 판별하는 청각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이 새로운 혁신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플리 이수지 대표는 최근 GIP 글로벌 ICT 플랫폼 웨비나에서 소리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이 제조와 공공 안전 분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설명하며 산업 자동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웨비나는 최근 청각 AI에 대한 산업적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술적 원리와 실제 적용 사례를 동시에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수지 대표는 디플리의 공동창업자로 신호처리를 연구해 온 기술 기반 창업가다. 인간 청각의 패턴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고, 이후 산업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켰다.

 

 

Q1. 디플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디플리는 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 기업입니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음향 신호를 AI로 분석해 설비 상태를 진단하고 초기 결함과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소리 기반 검사를 데이터화해 누구나 동일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디플리의 핵심 방향입니다.

 

디플리는 연구 중심의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전자 부품, 자동차 부품, 이차전지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실증과 상용화를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공공 안전과 도시 인프라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사진=디플리]

[사진=디플리]
 

 

Q2. 디플리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희는 2017년에 창업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제조 현장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초기에는 아기 울음소리를 분석하는 B2C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아기가 우는 이유가 배가 고픈 건지, 아픈 건지, 졸린 건지를 AI로 분석해 부모님들께 알려드리는 서비스였죠.

 

이 서비스를 약 5년 정도 운영하면서 소리 분석 기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바이오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폐 소리를 분석한다거나, 자동차 내부 소리를 체크하는 서비스 등 여러 방향을 고민했어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내가 가진 원천 기술이 어디에 적용됐을 때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죠.

 

약 2년 반 전부터 본격적으로 B2B로 전환했고, 특히 최근 1년 동안은 피지컬 AI 분야, 그중에서도 제조 산업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찾은 PMF(Product Market Fit)입니다. 시장에서 제품을 정말 많이 찾아주시고 재구매가 계속 일어나는 순간이 왔을 때, 우리가 제대로 된 길을 찾았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Q3. 제조업에서 소리가 왜 중요한가요?

 

제조 공정에서는 끊임없이 소리가 발생합니다. 설비가 정상적으로 동작할 때도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고, 결함이 생기면 이 패턴이 아주 미세하게 깨지면서 소리의 질감과 진동이 달라집니다.

 

그동안 숙련자들은 이 변화를 귀로 감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다 보니 일관성이 떨어지고 신규 인력 양성도 쉽지 않습니다. 청각 AI는 이 과정을 정량화해 데이터로 남기는 기술입니다.

 

특히 모터, 기어, 베어링 같은 회전체 계열에서는 이런 소리 검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방진복을 입고 하루 종일 제품 하나하나의 소리를 듣고 정상인지 불량인지 판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0초마다 제품을 듣고 판정하는 일을 8시간 내내 반복하는 거죠. 이런 작업은 품질이 균일하게 나오기 어렵고, 작업 로그도 제대로 남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Q4. 소리를 데이터로 분석한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요?

 

저희 기술은 0.2초 단위로 음향 신호를 분석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합니다. 이때 단순 데시벨 값이 아니라 파형 변화, 주파수 패턴, 미세 진동까지 함께 분석합니다.

 

사람 귀로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AI는 아주 작은 차이도 놓치지 않습니다. 특히 결함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마찰음, 진동 흔들림 등을 정확히 잡아낼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설명드리자면 초기에는 머신러닝으로 시작했지만, 2018~2019년부터는 딥러닝으로 전환했습니다. CNN 구조부터 시작해 현재는 트랜스포머 구조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고, 여기에 자체 모듈을 붙여 사용합니다.

 

특히 오디오 도메인에서는 전처리가 매우 중요한데, 노이즈 환경에서의 성능 확보, 반향 처리, 신호 왜곡 보정 등 오디오 모듈을 딥러닝 모델 안에 통합하는 것이 저희의 핵심 기술력입니다.

 

 

Q5. 실제 공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나요?

 

가장 일반적으로는 설비 앞이나 라인 상단에 소형 마이크를 설치해 연속적으로 소리를 수집합니다. 이후 이 소리가 AI 모델을 통해 분석되며,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바로 현장 모니터나 관리자 앱으로 알림이 전달됩니다.

 

필요할 경우 해당 구간만 재생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다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설치와 운영이 간단해 비전 검사의 보조 시스템으로 많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납품하는 제품은 전용 마이크와 GPU가 탑재된 컴퓨터,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구성됩니다. 마이크는 약 20종 정도를 갖추고 있어 공장 환경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설치 후에는 작업자 화면에 실시간으로 정상·불량이 초록불·빨간불로 표시되는 방식입니다.

 

 

Q6. 기존의 비전 검사 방식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나요?

 

눈에 보이는 결함은 비전 AI가 잘 잡아냅니다. 하지만 내부 마모나 초기 결함은 시각 데이터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베어링의 아주 초기 마모는 외관 변화는 없지만 소리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청각 AI는 비전 AI와 경쟁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호 보완 기술입니다. 두 기술을 결합한 멀티모달 검사 체계를 구축할 경우 공정 전체의 결함 검출 정확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Q7. 실제로 불량률 감소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나요?

 

한 전자 부품 업체의 사례를 말씀드리면 과거 반복적으로 발생하던 미세 불량이 있었는데, 사람이 들었을 때는 특별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저희 시스템이 초기 단계에서 이상 패턴을 감지했고, 공정을 점검해 보니 실제 내부 마모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기업은 청각 AI 도입 이후 초기 불량률이 크게 줄었고 설비 다운타임도 감소했습니다.

 

저희 제품의 장점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작업에 이미 비용이 책정돼 있기 때문에 도입 결정이 빠르다는 점입니다. 보통 한두 달이면 의사결정이 나고, 두 번째, 세 번째 재구매가 계속 일어납니다. 이것이 저희가 PMF를 찾았다고 판단하는 근거입니다.

 

 

Q8. 데이터 수집은 어떻게 하시나요? 특히 불량 데이터 확보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정말 중요한 질문입니다. 특히 기계음 데이터는 공장 현장에 가지 않으면 수집할 수 없기 때문에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무료 PoC(Proof of Concept)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공짜로 설치해 드리고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았죠.

 

불량 데이터의 경우 프로젝트 시작 전에 불량 발생 빈도를 먼저 확인합니다. 정말 고장이 거의 안 나는 경우에는 좋은 모델을 만들어도 검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는 설비 보전이나 운영 쪽으로 가게 되는데, 장기 프로젝트가 되기 쉽고 회사에서도 실제 고장이 나 봐야 솔루션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저희는 실제로 불량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 현장을 먼저 공략하고 있습니다.

 

 

Q9. 제조 외 산업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나요?

 

청각 AI는 공공 안전 분야에서 확장성이 큽니다. 폭발 위험음, 설비 이상 작동음, 구조 현장에서의 위험 음성 패턴 등은 카메라보다 소리로 먼저 나타납니다.

 

지하철 역사처럼 시야 확보가 어렵고 복잡한 구조에서는 소리가 훨씬 빠르고 넓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도시 안전과 인프라 모니터링에서도 도입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전과도 협업하고 있는데, 고압 전봇대에서 전압이 바뀔 때 크랙이나 이상이 발생하면 특정 주파수를 내뿜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귀로 듣고 다니는데, 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가축 현장에서 소나 돼지의 가임 기간이나 질병을 소리로 판별하려는 시도, 양봉에서 벌의 상태를 윙윙거리는 소리로 분석하려는 니즈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문의가 들어옵니다.

 

 

Q10. 피지컬 AI라는 개념을 자세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피지컬 AI는 소리뿐 아니라 진동, 압력, 온도 같은 물리적 신호 전체를 통합 분석해 설비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이 보고 듣고 느끼던 모든 감각 기반 판단을 AI가 대신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청각 AI는 피지컬 AI의 첫 번째 축입니다.

 

앞으로 비전, 진동 센서, 열 센서 등 다양한 물리 데이터가 하나의 모델에서 함께 활용될 것입니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 편성에서 AI가 메인 꼭지였고, 그중 첫 번째가 바로 피지컬 AI였습니다.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분야죠.

 

우리나라의 강점은 고부가가치의 정밀 제품을 만드는 제조 기술력에 있습니다. 단가 싸움을 하는 제조는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로 넘어가지만,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정밀 기계나 고부가가치 제품 분야에서는 한국이 확실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Q11. 청각 AI 기술 도입 시 기업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가장 많은 질문이 정확도와 일관성입니다. AI가 정말 숙련자의 판단을 대신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실제 현장에서 보면 사람보다 훨씬 안정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두 번째 질문은 설비마다 소리가 다른데 학습이 가능한가 하는 부분입니다. 저희는 설비별 소리 특성을 반영한 전용 모델을 적용하기 때문에 기업별 공정에 맞춤화된 성능을 제공합니다.

 

세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은 노이즈 환경에서의 성능입니다. 공장은 정말 시끄럽거든요. 저희는 디노이징 딥러닝 알고리즘, 반향 처리 모듈, 원거리 소음 제거 기술 등을 모두 통합한 아키텍처를 구축했습니다. 환경 소리를 따로 녹음해 그것을 기반으로 환경에 맞춰 주는 작업도 진행합니다.

 

 

Q12. 해외 진출 계획이나 현황은 어떤가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해외 사업을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를 동남아 거점으로 선택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와 직접 계약을 맺었고, 현지 SI 업체들과 디스트리뷰터들과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들이 태국, 베트남, 중동 등으로 재판매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처음 해외 진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작은 물꼬로 시작했습니다. NIPA 팀장님을 우연히 만나 저희 서비스를 소개했고 데모 행사에 초청받았습니다. 그 데모 효과가 좋아 다른 사업으로 연결되고, 수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났죠. 맨땅에 헤딩했다면 굉장히 어려웠을 일들이었습니다.

 

 

Q13. 향후 청각 AI 시장은 어떻게 확장될 것으로 보시나요?

 

현재는 제조 분야가 중심이지만 2년 안에 도시 인프라 안전 관리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기 결함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은 산업 전반에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청각 데이터는 비전 데이터보다 구축 비용이 낮고 설치가 간편해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설비 모니터링 시스템에 소리 분석이 기본으로 탑재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소리뿐 아니라 초음파와 진동을 함께 포함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발전할 계획입니다. 초음파의 경우 이미 특정 설비에서 특정 주파수를 내는 연구들이 많이 나와 있어 이를 활용한 적용 사례를 늘려 가고 있습니다.

 

 

Q14. 여성 과학기술인이자 창업가로서 겪는 어려움과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현재 만 37세이고 4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창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물리적 시간, 체력, 그리고 정신적 에너지 모두 부족하죠. 당연히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출산 과정을 거치면서도 회사는 계속 굴러가야 했습니다.

 

요즘 여성 창업자 모임들이 있는데,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눕니다. “지금 아이를 낳지 않으면 평생 못 낳을 것 같은데, 회사를 이미 시작했는데 아이를 낳는 게 맞나?”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육아와 창업은 병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하죠.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민간이나 네트워크 차원에서도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저도 아이를 헌신적으로 키우지 못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기 조심스럽지만, 창업자이자 여성 과학기술인으로서 이런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숙제입니다.

 

 

Q15. 팀 빌딩과 투자 유치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투자 유치는 요즘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얼마나 차별적이고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느냐입니다. 특히 기술 기반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는 창업자의 헌신입니다. 여성 창업자든 남성 창업자든 일에 대한 헌신의 자세는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이 회사를 키울 만한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팀 빌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 창업가라는 이유로 더 높은 장벽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기술력과 비전,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실행력을 보여주는 것이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입니다. 저희도 지속적인 재구매와 해외 진출 성과를 통해 기술력을 증명해 가고 있고, 이것이 팀과 투자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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